원우들께

  • 문서주소 - http://creativeschool.net/board/bbs/board.php?bo_table=open&wr_id=700
원우들께
 
시간은 빠르게도 흘러 문산원에서의 3년을 마무리하는 오늘입니다. 기쁘고, 고맙고,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릴 수 있으면 좋겠는데 그렇지 못함이 안타깝습니다. 하여 저는 同學의 인연을 마음 깊이 새긴다는 말로 대신하겠습니다.
 
어둠이 깊을수록 별이 빛납니다. 그것은 길 잃은 사람에게 길의 방향을 알려주기 위한 것입니다. 여러 갈래의 길 앞에서 우리는 어떤 길을 갈까 고민을 합니다. 자신의 소신과 고민에 따라 길을 선택하게 될 테지요. 저는 제 앞을 비추는 빛나는 별을 따라 갑니다. 그것은 다름의 문제일 겁니다.
 
복잡한 마음속에서도 저는 매일처럼 학교를 오가고, 책상에 앉아 논문을 쓰고, 새로운 연구 계획을 세웁니다. 또한 부모님의 안부가 궁금하여 전화를 드리고, 밥을 짓고, 순간 순간 다음 학기에 가르칠 학생들을 위해 강의 준비를 하고, 한동안 멀리했던 詩作을 위해 책을 펼칩니다.
 
이렇듯 한 곳에만 매몰되어 있을 수 없어 그것과는 또 다른 시간을 보냅니다. 본의 아니게 우리 원우들의 마음을 불편하게 한 점이 있다면 이해해 주시길 바랍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울고 있을 때 함께 울어주고, 눈물을 닦아주는 마음이 있어 희망을 봅니다.
 
번연히 불공정을 저지르고도 부끄러움도 미안함도 모르는 그분들이 보시기에는 제가 하찮기 그지없을 겁니다. 저 힘없는 사람이 무엇을 할까 생각할 겁니다. 그러나 불공정 앞에서, 기득권의 갑질 앞에서 무참히 무너지고 그냥 덮어버리는 건 살아도 살아있는 것이 아닐 겁니다. 저의 최소한의 자존심과 소신이겠지요.
 
상처뿐인 영광을 안고 졸업을 합니다. 그러나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 될 것입니다. 원우들께 미안함과 고마운 마음을 담아, 저 개인을 위해, 문산원을 위해, 사회를 위해 불공정하고 부조리한 것을 끝까지 밝히겠습니다. 진실을 증명해 보이겠습니다.
 
 
2020년 2월 21일
 
졸업을 하며 이경숙 드림.
Print